그 일은 불시에 일어났다.
"저와 사귑시다, 망할 신수."
그는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뜻밖의 말을 했고, 백택은 약간 당황했으나 일단 침착하게 대응했다.
"너... 그거 고백 당하는 입장에선... 단어 선택이 좀.. 어떨까 싶은데..."
정확히는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호오즈키와 눈을 맞추는 순간 그의 진정성을 느끼고 말을 우물거리고 만 것이었다.
"대답은 예스, 노 중 하나로 부탁합니다."
백택은 다짜고짜 들어오는 그의 일방적인 애정표현에 어이가 없어졌다.
'이건 뭐지... 새로운 방식의 괴롭힘인가...'싶어 이마에 힘줄이 올라왔지만,
'까짓거 받아들여보자, 어떻게 나오나.'싶은 마음이 들어 전자를 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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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의 일주일은 고백하기 전의 평소와 비슷했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호오즈키가 약심부름을 와서는 예전보다 더 뜸을 들이고 있다 간다는 점.
그리고 백택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고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백택은 그 침묵이 견디기 힘들어 먼저 일어나서 약을 쥐어주고 빨리 나가라며 떠밀기 일쑤였다.
그 다음 주에도 여전히 그런 상황이 지속되었기에 백택은 결국 먼저 시비를 틀었다.
모모타로에게 약재 심부름을 시키고, 토끼들도 놀러 보낸 후, 호오즈키에게 말을 붙인 것이다.
"어이, 오니."
"뭡니까."
"사귀자고 한 건 내가 좋다는 거 맞지?"
"새삼스럽군요."
은근히 확답을 피하는 호오즈 키때문에 백택은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왔다.
'이 오니 자식이...'
"...지금이라도 취소하면 없던 일로 쳐줄게."
"왜 그래야 합니까?"
백택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말로는 역시 그의 본심을 반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은 너무나 올곧게도 자신을 향하고 있어, 왠지 속이 울렁거렸다.
기분 나쁜 울렁거림은 아니었지만 뭔지 모를,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께림칙한 것.
"그럼 좋다는 거 맞잖아."
"알아서 생각하세요."
'답답하다.'
정말 괴롭히는 건지 뭔지.
숨을 한 번 들이키고, 백택은 짧은 순간에 마음속으로 수 백 번 고민을 하다, 결심이 섰다.
"...그럼 이런 짓 해도 좋은 거지?"
호오즈키의 눈썹이 뭐냐는 듯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백택이 씨익 눈웃음을 짓는 순간 호오즈키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뭔가싶던 호오즈키는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잠시 당황하다 상황파악이 되자마자 자신의 시야를 가리던 백택의 손바닥을 뿌리쳤다. 입술을 뗀 백택은 놀란 눈의 호오즈키를 바라보며 한 번 더 웃어준 후 감정 없는 말투로 말했다.
"어떤 기분이야?"
백택은 생각했다.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고문당하느니 차라리 자기쪽에서 도발해서 그에게 한 방 먹이는 게 나았다.
어차피 망할 오니는 연심따위 없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것 뿐이라는 걸 백택은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한 방 먹었군요."
'역시나-'
백택은 성취감에 잠겼다.
하지만 그의 다음 행동은 백택의 그런 생각을 한순간에 무너뜨려주었다.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응..?!"
호오즈키는 말을 마치자마자 순식간에 백택의 오른쪽 손목을 잡아채 자기쪽으로 끌어당긴 후, 손목을 그대로 백택의 뒤로 돌려 포박하곤 백택의 상체를 자신에게 바짝 붙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신수는 저항할 생각조차 못했다. 백택이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호오즈키는 백택이 호흡을 고르려고 입을 살짝 벌리는 틈을 놓치지않고 혀를 집어넣어 딥키스를 감행했다.
"흐읍..자암..깐..아파..!"
'무슨.. 힘이... 이렇게 세!'
백택은 정신을 차리고 호오즈키를 밀어내려 했지만 뒤로 돌려진 오른손은 꿈쩍도 안하고 움직이려 할 수록 아파왔다.
고개를 뒤쪽으로 빼보았지만 호오즈키는 끈질기게 입술을 탐해왔고, 그게 지속되자 백택의 등은 벽쪽으로 딱 붙어 고개를 뺄 수도 없게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하고 있으니 오른손이 저려왔지만 그보다 더욱 저릿저릿한 게 온 몸에 느껴지며 소름이 돋았다.
"하아..흐읏..."
호오즈키는 백택의 반응을 살피며 약간 입 맞추는 방법을 바꿔 그의 호흡을 여유롭게 해주었다.
백택은 조금씩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물론 백택은 자각하지 못한 채 호오즈키의 흐름에 점점 물들어갔다.
입술부터 시작해 하반신까지 부르르 떨렸다.
'안돼... 이 이상...'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호오즈키는 백택의 손목을 해방시켜주곤 입술을 완전히 떼어주었다.
몸에 열기가 식지않은 백택은 빨갛게 젖은 눈을 하고선 호흡을 고르며 호오즈키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울 정도로 좋았습니까? 역시 발정난 우제류네요."
그 독설을 듣자 마자 열기가 확 가라앉은 백택은 갑작스러운 패배감에 사로잡혔다.
"무슨...!! 이건.. 그냥 숨이 막혀서 그런거야! 짐승같은 오니자식 때문에!!"
"짐승은 당신이지 않습니까."
"허..."
백택은 어이를 상실했다.
"애초에 먼저 도발한 주제에 저를 매도하는 겁니까?"
"윽...! 그.. 그건... 그렇지만"
곧이어 할 말이 없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호오즈키는 자신의 정론을 밀어붙였다.
"저는 당신의 과민반응이 더 이해되지 않습니다."
"잇..."
욕이 나오려다 말았다.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백택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남자를 만나본 경험 자체가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 망할 오니일 뿐이었던 호오즈키였으나, 사귄 후부터 그는 혼란스러웠다. 눈을 마주칠 때 마다 울렁거리는 이게 무엇인가 전혀 알 수 없었다. 육욕도 아니고 연심도 아니다.
사실 자신의 그를 향한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에 소홀했던 건 고백을 받은 순간부터 그런 것에 대한 고찰을 할 틈도 없이 백택의 심사는 뒤틀려있었던 탓이 컸다. 수 천년을 앙숙으로 지내던 오니의 고백에는 무언가 함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문을 씹어먹을 정도로 여태까지 쌓여온 오니에 대한 불신은 강했다. 불신을 깨뜨리기도 싫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이제 어쩔까요. 계속 하겠습니까?"
"시시시...싫어!!! 얼른 지옥으로 돌아가!"
"싫습니다. 계속하죠."
"뭐!!? 그딴식으로 나올 거면 왜 물어본거야!"
이렇게 충돌할 때 마다 자신이 호오즈키에게 무력으로 밀린다는 게 참 서러웠다.
호오즈키는 백택이 왁왁 하고 불만을 털어놓는 게 시끄러웠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한쪽귀를 막고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시끄럽네요. 애초에 제가 여태 당신을 안지않은 건 너무 저항하면 성가시니까 일부러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딱히 당신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저와 사귀기 시작한 후로도 집에 여자를 들이는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았기에 당신이 허점을 보이는 순간 엄청나게 괴롭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웬일로 당신이 토끼들도, 모모타로군도 쫓아내고 스스로 도마위에 올랐는데 제가 미쳤다고 관두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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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백에 치였을 때 씬 쓰기 부끄러워서 그냥 뒀던 것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