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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오소마츠상

[쵸로이치] 공생 - 上


 +


 

 “쵸로마츠 선생님- 전에도 말했잖습니까,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써 오면 안 되죠.”

 

늙고 머리가 벗겨진 교감은 빼곡히 채워서 가져온 서류를 성의 없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쵸로마츠는 거드름피우는 교감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서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작성 해오겠습니다.”

 

입술을 잘근거리며 늘어진 서류들을 주웠다.

 

똑바로 하세요- , 자꾸 외부인 데리고 교내에 들어오는 학생들한테 주의 좀 주라고 선생님들한테 전해주시고요.”

 

.”

 

90도 인사를 하고 쵸로마츠는 무표정으로 교감실을 나왔다.

 

교감실의 문을 닫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씨발, 쥐뿔도 모르는 건 니새끼야. 일처리는 원래 이렇게 해왔다고. 새로 교감돼서 왔다고 허세는 오지게 부리네. 선생들한테는 니가 직접 가서 전하라고, 내가 니 꼬붕이냐!? 얼마 없는 머리털 다 뽑아버리고 팬티 씌워서 강당위에 걸어버릴까.’

 

계속해서 독설을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누가 봐도 기분 더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쵸로마츠는 복도를 걸었다. 옥상에 가서 담배라도 한 대 피고 와야 답답한 속이 진정될 것 같아, 교내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들고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쵸로마츠의 인생은 무시당함의 연속이었다. 뭐든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고, 외모가 특출 난 편도 아니었기에 소소한 놀림을 많이 당했다. 그는 모든 장난을 받아쳐주는 융퉁성 따위 갖고 있지 않아 사소한 놀림도 스트레스가 되어 속에 쌓였다.

선생정도만 되면 아무도 얕보지 않을 거라 생각 해 모든 여흥거리를 포기하고 공부만 죽어라 했는데 결과는 이런 거밖에 안됐다.

어딜 가든 난 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게 가치관이 박히고 나서부터 쵸로마츠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으면 정말 살인이라도 저질러버릴 것 같았다.

 

어차피 실천은 못 하지만... 싫다.’

 

옥상은 점심시간엔 노닥거리는 학생들이 꽤 많이 모여 있지만, 하교시간이 다 된 지금 옥상에 올라오는 학생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난간에 팔을 걸치고 라이터를 틱틱거렸다.

입에 담배 하나를 꼬나물고 계속 불을 지피려 했는데 영 붙지가 않았다.

 

, , , ,

 

던져버렸다.

 

 

씨이발! 이제 라이터한테도 무시당해야 되겠냐!! 만든 새끼 누구야 씨브...!”

 

옥상 창고의 철문 쪽으로 던진 라이터는 플라스틱이 깨지는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쵸로마츠는 분노조절장애 환자처럼 소리 지르는 중에 작은 비명 같은 게 어디서 들린 것 같아 욕지거리를 중단했다.

 

“...?”

 

누군가 있다, 창고 안에.

 

서서히 창고로 다가가면서 조용히 귀를 귀울여 듣는데 안에서 뭔가 사각거리며 옷이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

 

곧 창고 바로 앞까지 가서 철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누구 있습니

 

[!]

 

말을 마치는 순간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리고, 남학생 몇 명이 쏟아져 나왔다. 쵸로마츠는 반동으로 땅에 주저앉아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은 계단 쪽으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침묵 속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쵸로마츠는 창고 안 쪽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선이 머문 곳에서는 한 남학생이 양 손과 발이 밧줄로 묶여선 눈엔 안대를 차고, 입엔 종이뭉치 같은 걸 그득그득 머금고 괴로운 듯이 신음하고 있었다.

 

교복 와이셔츠는 벗겨지기 일보직전이었고, 바지는 반 쯤 말려 내려가 있었다.

 

머리로는 빨리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얕게 새액거리는 남학생을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손과 발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등을 쳐주며 입에 문 걸 뱉게 하고, 안대를 벗겨주었다.

 

...”

 

안대를 벗기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건

 

야하게 생...’

 

저도 모르게 드는 파렴치한 생각을 없애기 위해 도리질을 치고, 다시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남학생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띄우고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었지만, 손과 등을 간헐적으로 떨고 있었고, 눈가는 빨개져있었다.

 

저기... 몇 학년 몇 반이야? 쟤들은 뭐고...”

 

쵸로마츠는 언제 독설을 해댔냐는 듯이 선생다운 말투로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알아서 뭐하게요.”

 

학생다운 말투가 아니었다.

쵸로마츠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동년배의 남학생들보다 더 낮게 잠긴 목소리는 살짝 쉰 소리가 났다.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쵸로마츠는 자기도 모르게 소년의 팔을 턱 하고 잡았다.

남학생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반쯤 감긴 눈으로 쵸로마츠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위축될 뻔 한 쵸로마츠는 굴하지 않고 선생다운 질문을 했다.


너 말투가 왜 그래, 이름은 뭐야.”

 

“...마츠노

 

자신과 같은 성에 잠시 반가울 뻔 했으나, 뺀질거리는 남학생의 태도에 곧 눈을 가늘게 뜨며 강하게 나갔다.

 

이름.”

 

남학생은 픽, 한 쪽 입꼬리만 올리며 웃고 나서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이치마츠, 됐죠.”

 

말을 끝내자마자 쵸로마츠의 팔을 확 뿌리치며 자신을 이치마츠라고 말한 남학생은 계단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잠깐만!”

 

이치마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쵸로마츠는 달려가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수첩과 볼펜을 꺼내어 무언가를 끄적였다.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이치마츠의 오른손에 종이를 뜯어서 쥐어주었다.

쵸로마츠는 호흡을 길게 한 번 하고 웃으며 말했다.

 

3학년 4반 담임 마츠노 쵸로마츠야. 네가 원치 않아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 오늘 본 건 나만 알고 있을게. 뭐라도 말하고 싶어지거나 무슨 일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해. 알았지?”

 

이치마츠는 눈을 약간 크게 뜨는가 싶더니 금새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라이터를 찾았다.

 

, 아까 버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방금 왜 괜찮다는 놈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번호를 쥐어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찰 터인데.

 

머리는 더 복잡해졌지만 일단 퇴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치마츠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가끔 가다 이치마츠를 닮은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신이 왜 조바심을 내는 건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머릿속에서 그 날 본 이치마츠의 모습들이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되는 거겠지, 난 선생이니까.’

 

생각하면서도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루 일을 전부 마치고 숨통을 돌리며 휴대폰을 잠깐 보았다.

 

‘.......?!’

 

메시지가 와있었다.

 

[마츠노입니다. 오늘 530분까지 작문부 교실로 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처음봤을 때 느낀 분위기완 사뭇 다른 정중한 말투였다.

 

작문부라면... 저번 달에 폐부해서 책상창고로 쓰는 그 교실인가.’

 

쵸로마츠는 심란한 마음을 가지고 교실로 향했다.

 

지금은 525... 아슬하네.’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자존심 세 보이던 그 소년이 불러준 것에 대해 쵸로마츠는 속에서 무언가 술렁술렁하는 것을 느꼈다. 교실 앞에 도착했을 때 문에 손을 살풋 올려 괜히 소리나지 않게 열었다.

 

[-]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한쪽다리를 삐끗한 위태로운 책상위에 올라앉아서 창문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무표정으로 돌아본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쵸로마츠는 저도모르게 시선을 홱 땅으로 돌려버렸다.

 

‘무, 뭐야. 왜 숙였지...

 

이치마츠가 책상에서 내려와 자신에게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쵸로마츠는 슬쩍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쳐다보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 이치마,”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이치마츠가 갑자기 쵸로마츠를 덥썩 끌어안아서 뒷말이 나오지않았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흐윽..히끅......”

 

“.......”

 

쵸로마츠는 곤란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오른팔로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고, 왼쪽 손으로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교실안에 가득 찼던 노을빛을 군청이 잡아먹기 시작 할 때 즈음 이치마츠는 흐느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 집단 괴롭힘 당하고 있어요.”

 

, 그럴 것 같았어.”

 

둘은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었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감싸듯이 잡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쵸로마츠의 뼈마디를 본의 아니게 간지럽혀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손을 슬쩍 빼려고 했지만 불안한 듯 떨면서 하소연하는 이치마츠 때문에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냉소적으로 웃던 그 소년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되지 않는, 지금의 이치마츠는 한없이 처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신고라도 하지.”

 

사실... 아무한테도 말 안하려고했어요. 어차피 신고해봤자 걔넨 미성년자고, 나중에 보복당할 바에 차라리 걔네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져야하는 성인이 될 때 까지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는 중간에 이치마츠가 드문드문 훌쩍거릴 때 마다 쵸로마츠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고생 많았구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 줄 테니까 말해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쵸로마츠는 이상하게도 동정심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치마츠가 그렇게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던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주고, 지금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월감마저 느꼈다.

 

“.......진짜 뭐든 들어 줄 거에요?”

 

이치마츠가 반쯤 뜬 눈을 샐쭉거리며 물어오는 것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 역시... 요사스러워..’

 

고전선생답게 예스러운 어휘를 쓰며 생각했다.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손을 놓더니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쵸로마츠와 눈을 맞추었다.

곧이어 쵸로마츠 쪽으로 살짝 엉덩이를 밀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절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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