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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오소마츠상

[이치카라] 자기기인 - 2

 

자기기인 (自欺欺人)

: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

 

+++

 

타카하시가 그만하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의 은밀한 곳에 손을 넣었다. ‘싫어, 하지마!’ ‘싫어? 여기는 아니라는데?’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타카하시의 반응이 귀여워서 키스를 하며 손가락 하나를 그...”

 

문장을 중얼중얼 읽던 중 외설적인 단어를 보자마자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1인칭으로 쓰여있으니 이건 아마 동생의 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든 카라마츠는 잠깐 정신이 나갈 뻔 했지만 일단 냉정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동생이 게이..!!!’

 

벽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냉정해질 수가 없었다.

 

타카하시는 대체 누구...’

 

이치마츠가 평소에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알았지만 그런 척일 뿐 이라고만 생각했다.

누구보다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동생이었던 걸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한 번 발동이 걸리자 카라마츠는 계속해서 뒷장을 넘겨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외설적인 문장들을 보며 경악했다.

 

앗짱?! 앗짱은 어떤 놈인데 애칭으로 부르는 거지? 이거 한 두 놈이 아니고... 무슨 이런... 불건전한...’

 

카라마츠는 이젠 그냥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차라리 몰랐던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네까짓 게 뭔데 지랄이야, 같은 반응이 나오거나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잘 알았지만, 자신에 한해서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어서 말을 거는데에 자신이 없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한참을 서있는데, 저 쪽에서 토도마츠랑 쥬시마츠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아니지, 쥬시... , 카라마츠형? 거기 서서 뭐해? 고기 안 먹어?”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말을 걸자 무의식적으로 수첩을 옷 속으로 숨겨넣었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아... 공복 따위는 나의 고독을 막을 수 없...”

 

무슨 말 하는진 모르겠지만~ 고기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가서 먹어, 우린 더 추워지기 전에 목욕탕 다녀올게~”

 

토도마츠는 들을 가치 없다는 듯 자기 할 말만 하고 쥬시마츠랑 같이 문밖으로 나갔다.

 

“........”

 

카라마츠는 동생들이 사라진 곳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다가, 품속에 숨겼던 수첩을 꺼내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손을 멈추었다.

 

쿠소마츠, 밥 안먹냐.”

 

이치마츠가 타박타박 걸어오면서 웬일로 말을 걸었다.

 

, 아니... 이제 먹을...”

 

비켜.”

 

이치마츠는 언제 말을 걸었냐는 듯이 성가시다는 듯이 까딱 하고 턱짓을 하고, 굳이 어깨를 마주치며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드르륵 닫았다.

 

“.....”

 

카라마츠는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게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일단 세수라도 하고, 그 후에 다시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어이.”

 

화장실에서 머리를 약간 식힌 카라마츠는, 문 바로 앞에 서있는 이치마츠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다시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 무슨 일이야? 이치마츠, 이런 데에 서서...”

 

연기라면 자신있었을 터인데, 이치마츠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렸다. 그 죽은 생선같은 눈이 꼭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작은 수첩, 못 봤어?”

 

약간 불안함이 섞인 듯한 목소리였다. 카라마츠는 화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하하, 너도 늦기 전에 얼른...”

 

못 봤냐고.”

 

동생은 화제가 돌아가게 두지 않았다. 무언가를 강요하는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못 봤어.”

 

결국 카라마츠는 눈을 피하고, 다른 형제들이 있는 거실 쪽으로 서둘러 나갔다.

 

“.......”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사라진 걸 확인하자마자, 주먹을 쥐어 벽을 쳤다.

 

저 새끼, 봤구나.’

 

이치마츠의 동공이 급속도로 흔들렸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돼, 안돼... 하고 중얼거리다 이내 냉정함을 찾은 이치마츠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꽉 물었다.

 

-

 

오전 3, 자려고 누웠을 때부터 쭉 깨어있었던 이치마츠는 눈을 부릅뜨고 옆에서 자던 카라마츠의 뺨을 찰싹찰싹 하고 때렸다. 카라마츠는 뭔가 웅얼거리다 계속되는 충격에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살짝 떴다.

 

이치마...?”

 

잠깐 나와.”

 

카라마츠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움찔 하는 걸 이치마츠는 놓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불안할 때 옆머리를 만지작대는 버릇이 있었는데, 따라 나오면서는 연신 그 행동을 했다.

철들 무렵부터 지켜봐온 형제의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을 보고 90%였던 확신이 100% 확신으로 바뀌었다.

드르륵, 문을 닫자마자 이치마츠는 오른손으로 잠옷 속에 숨겨놨던 가위를 꺼내들고 왼손으론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몰아붙였다.

 

“?!”

 

카라마츠는 뭐라 말하려다 자신의 각막 바로 앞까지 순식간에 다가온 가위 끄트머리를 보고 숨을 삼켰다.

 

내가 고딩 때 했던 말 기억나, ?”

 

한없이 차가운 눈으로, 입꼬리를 한 쪽만 끌어올리며 이치마츠는 기괴하게 웃었다.

이치마츠가 평범하게 형이라고 부르던 건 고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었고, 성인이 되어서 가끔 형이라고 부를 때에는 무언가를 엄청나게 비꼴 때나, 진심으로 화가 났을 때 뿐 이라는 걸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힘은 자신이 더 셌기에 마음만 먹으면 이 살인미수를 저지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그만한 배짱이 없었다. 백수의 왕 앞에 선 초식동물 같은 것.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가 싸악 빠지는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망할 거짓말 또 치면 죽여 버린다고 했잖아.”

 

이치마츠는 단숨에 입꼬리를 끌어내리며 정색하고 말했다.

카라마츠는 입을 굳게 다물고 가위 끝만 바라보았다.

 

이렇게 된 거, 이걸로 양 눈깔 뽑아서 사이좋게 짓이겨줄까? 아니면 어디 가서 못 나불대게 혀를 잘게 다져줄까?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무릎을 반쯤 굽히고 벽에 딱 붙어있던 카라마츠는 눈을 슬쩍 들어 이치마츠의 표정을 보았는데, 눈이 아주 맛이 간 것 같았다.

이치마츠에게 아무것도 숨길 수 없겠다고 느끼고, 곰곰히 생각하다 결국 계속 생각해왔던 말을 꺼냈다.

 

"이치마츠! 알고도 모른척 한 건 미안하다! 허나 괜찮아. 누구랑 사귀든 나는 존중 해 줄 수 있어! 다른 애들한테도 비밀로 할게! 하지만 그... 네가 당하는 쪽인 건 좀... 싫으니까, 그것만 조심하웁...!"

 

"뭐라는 거야, 이 쿠소마츠가...!"

 

이치마츠는 갑작스러운 카라마츠의 외침에 당황하여 작게 화내며 멱살을 잡고 있던 손으로 그 입을 급하게 틀어막았다.

눈앞의 가위날은 아직 선명했지만, 이치마츠의 눈이 평소로 돌아온 걸 보고 카라마츠는 약간 안심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카라마츠의 눈빛이 어느새 살아나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것에 허탈함을 느낀 이치마츠는 가위를 들고 있던 손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

 

"소설을 연재하기전에 연습하고 있던 것이었군! 굉장한데!"

 

"굉장한 거 다 뒤졌냐, 그냥 사기당했을 뿐이야."

 

카라마츠와 처음으로 베란다에서 같이 담배를 태우며 이치마츠는 힘없이 말을 뱉었다.

모든 사정을 말하자, 의외로 카라마츠는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언제 떨었냐는 듯 듣자마자 눈을 빛내며 칭찬을 해대는 것이다.

왠지 짜증이 나서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말하니 바로 조용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신나게 떠들어댔다.

 

"어쨌든 작가잖아! 대단하다고!"

 

'이렇게 한심한 소릴 했는데도 평소랑 태도가 똑같다니, 이 녀석의 뇌는 솜사탕인가?'

 

이치마츠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내가 도와줄 게 있다면 언제든 부탁해도 좋아! 아까 말한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남자대 남자의 약속이다!"

 

카라마츠가 담뱃불을 끄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도 안 써 본 주제에... 그리고 오글거리니까 좀 닥쳐..."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지만 카라마츠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끄덕였다.

곧이어 추우니까 들어가자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치마츠는 기분 나쁜 듯 그 손을 탁 치고, 카라마츠의 뒤를 따라 들어가다 무심코 하늘을 보았다.

 

"달이..."

 

반쪽이었다.

아까 카라마츠한테 돌려받은 습작노트를 꺼내어, 떠오르는 문장을 적었다.

하늘을 다시 한 번 쳐다보다가 서늘한 바람에 오한이 들어 몸을 부르르 떨며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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